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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토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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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 일어나!!"
머리맡에 있는 창살 걸린 창을 통해 갈려 들어오는 햇빛이 을금을금 발끝을 적실 때 즈음 햇살에 붉은 황금빛으로 부서지는 머리칼을 한 은총이 요란스레 소리치며 날 깨웠다. 활짝 열린 문틈을 통해 고소하게 빵굽힌 냄새가 들어왔다. 은총이 내 집에서 잤었다는 사실을 까맣게 잊고 있었던 터라 내가 이 집에 자리잡은 이후 맡을 수 없었던 사람사는 냄새가 어색했다.
"형, 형, 무슨 집에 먹을 게 이리 없어? 반찬은 무슨 김치밖에 없구 음식재료는 어제 볶음밥 만든다고 있는 건 다 써버렸고, 넉넉하게 있는 건 흰우유 밖에 없어- 휴우, 형은 뭘먹고 사는거야- 내가 식빵 사와서 구워뒀어, 일어나- 식기 전에 먹어야지."
은총은 약간 잠에서 덜 깨어 덩그러니 침대 위에 앉아있는 날 향해 입꼬리를 올려 웃고는 빨리 씻고 나와란 말을 하고 등을 돌려 나갔다.
대충 세수만 하고 부엌으로 가자 은총은 빵에 잼을 바르고 있었다. 달큰한 딸기잼 향이 퍼졌다.
"형, 딱 맞춰서 왔네- 여기, 먹어."
대충 고맙다는 뜻으로 살짝 고개를 끄덕이고 부스럭 거리며 가루를 흘리는 빵을 집어들었다.
"형 오늘 수업 없지?"
보통 수없 있냐고 묻기 마련인데 내가 오늘 수업이 없는 것이 당연하다는 듯 말하는 은총이었다.
"어떻게 알았어." "아, 그러니깐, 화요일엔 형이 학교에서 안보이길래 그런가- 하고 물어본거야,"
순간적인 의아함에 묻긴 했지만 관심은 없었기에 무언가 어색하고 부자연스러운 태도에도 궂이 추궁하지 않고 넘어갔다. 시끄러운 녀석이 생각에 잠긴 듯 잼병을 향한 눈빛을 흐리고 손에 든 빵을 먹기 시작하자 식탁 위에는 컵을 식탁위에 놓는 소리만이 침묵에 낮게 눌렸다.
"형, 생각해 봤는데, 나 오늘 오후 수업도 세 시 되면 다 끝나니깐, 장보러 가지 않을래? 같이 가자." "귀찮아."
귀찮았다. 장을 본다는 행위는, 인간이 기본적으로 생을 영위하기 위해선 의 식 주를 기본적으로 충족시켜야 하며 나는 아직 죽을 생각은 없었으며 더욱이 아사할 생각 또한 없었기 때문에 꼭 필요한 행위이긴 하지만, 저 끊임 없이 조잘대는 참새 같은 녀석과 같이 마트에 가기는 싫었다. 은총은 내게 낮익은 타인일 뿐이었다.
"그럼 저녁엔 뭘 먹을 건데. 그냥 나와, 네시에, 학교 밑에 마트에서 보자."
제법 단호하게 끊어 내뱉는 은총을 바라보니 은총은 순한 눈매를 애써 치켜뜨고 엄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하지만 싫은 것은 싫은 것이었기 때문에 가지 않겠다고 끊어 말했다. 그에 은총은 입술을 살짝 깨무는가 싶더니 말없이 빵을 먹어치우고는 제 의자 등받이에 걸려 있던 크로스백을 들고 일어섰다.
"형, 난 집에 들려서 옷갈이입고 학교가야 하니깐, 이제 가볼게."
아직 축축해 보이는 운동화에 발을 집어넣은 은총이 고개를 쳐들어 재빨리 말하고는 도망치듯 계단을 올라 밖으로 나갔다.
"나, 네시부터 형 올 때 까지 기다릴거다? 꼭 와야돼!!"
가지 않겠다 분명히 일러두었는데 제 고집만 피우는 꼴이 곱게 보이진 않았다.
어제 종일 비가 내렸던 탓인지 오늘 아침은 유달리 쾌청했다. 칙칙하고 습기 찬 이 집도 오늘 같은 날씨라면 창이라도 조금 열어 두는 것이 좋을 듯 싶어 천장에 매달리다 싶이 높이 붙은 조그만 창들을 열어주었다. 창틀에 먼지가 심하게 앉은 것 같기도 해 걸레를 찾아 닦아 보기도 했다. 묶은 때가 아직 끼여있긴 하지만 깨끗해진 창틀을 보니 어쩐지 뿌듯한 마음이 드는 것 같기도 하다. 가끔은 청소를 해 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사랑하는 내친구 시아야,
언제고 내 마음을 담아 긴 글을 쓰려고 했더니, 네가 먼저 내게 편질 보내버렸네- 전혀 생각하고 있지도 못했던 글을 받아버려서 그 기쁨을 어떻게 너에게 전해야 할 지 모르겠어. 벌써 네가 나에게 써준 그글을 읽는 것이 매일매일 내 하루 일과중 하나로 포함되어버린거 있지, 시아, 내가 너에게 이렇게 빠져버릴 줄 몰랐어 처음엔, 이렇게 말하니깐, 엄청 낮간지럽고 그렇다. 그치 내가 널 이렇게 많이 좋아하고 있는 만큼 너도 날 아끼고 있다고 믿고 있어, 네가 보기에 내가 너무 쉽게 정을 주는 것 같을 지 모르겠지만, 부디 그렇게 생각하진 말아줘, 나 엄청 야박한 사람이거든, 정말이야- 아, 평소엔 하고 싶은 말도 많고, 문자로 하기엔 모자란 말도 많고 해서 이렇게 맘 잡고 편질 쓴다면 할말 너무 많아서 몇장이고 넘어갈 줄 알았더니, 막상 이렇게 쓰려고 하니 막막하기만 하구나, 이건 아마 비루한 내 글솜씨 때문일까,
네 편지를 읽고나선 아니 읽을 때 마다 너와 내가 만나 술잔 기울이며 나눌 대화를 상상해, 그냥 상상일 뿐인데도 막 설레여 와, 그 때 막상 만나면 어색하지 않을까, 만나서 어떤 대화를 나누게 될까, 시간은 가속하듯 느껴지는데, 너와 내가 만날날은아주 까마득하게 느껴지는건 왜일까, 내가 너무 그날을 기다려서 그날과 오늘을 잇는 시계바늘이 심술을 부리는 걸까, 늘 하는 말이고 늘 하는 생각이지만 빨리 만나고 싶어 시아,
불나방, 다음 작품을 기대한다고 하니 심히 부담스럽구나, 다음에 우리가 그것에 대해 이야길 나눈다면, 내가 쓴 글의 의미에 대해 깊게 대활 나누자꾸나, 즐거운 대화가 될 것 같아,
우리, 개미지옥, 파이팅이야! 내 모자란 글 잘 이끌어 가주길 바래. 항상 믿고 있는거 알지? 내가 너 많이 좋아해.
My best partner, my best friend Si-a I believe that I'm also your good partner.
매번 이랬다 저랬다 해서 내 생각을 더 많이 해서 이기적이어서 미안하고 항상 내가 못할 짓 많이 했는데도 자존심 때문에 먼저 말 못 걸어서 미안하고 다 미안하고 더이상 안 좋은 감정 가질 여유가 많지 않고 지금 아니면 이제 못할 말 같고 내가 많이 좋아하는 사람들한테 더이상 상처주고 싶지 않고 또 이렇게 일방적이어서 미안하고 쉽게 접을 수 있는 사람이 아니라서 이런 말 하는거라고 나중에라도 생각나는 일 있으면 친구로서는 좋은 기억 더 많았으면 하고 너무 멀리 와버려서 다시 돌아가기엔 시간이 많지 않고 언제가 될지도 몰라서 다 미안하고 여태까지 불편했던거 많이 속상했을거 알고 더 말 못해서 미안하고 직접 못 해줘서 미안하고 혹시라도 기억할 수 있었으면 하고
- 넌 언제나 처럼 비겁하구나, 내가 저번에 말했었지, 니가 쓰는 글들은 항상 누구에게로 향한 글인지 애매해서, 난 항상 니가 내게 말하는 줄 착각한다고 말했었잖아, 넌 그런 날 위해 나에게 쓴다면 내 이름을 항상 넣어주겠다고 약속했었고, 지금 니가 쓴 글에는 내 이름이 들어가 있지 않지만, 난 또 널 믿고 난 또 스스로 날 속이고 있어. 읽고 또 읽어도 이건 내게 쓴 것 같고 하지만 여러번 그랬듯이 나혼자서 헛물 들이키는 것 같기도 하고. 이게 정말 내게 쓴 글이라면 괜히 난 너에게 미안해 지고 하지만 다시 너와 지낼 수 없음은 분명하니 돌아갈 생각은 없어. 네 스스로 알고 한 행동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넌 지난 1년간 날 갖고 놀았어. 너만 바라보는 날 방치해 둔 채로 니가 힘들고 상처입으면 나에게 돌아와 너의 아픔을 토해놓고선 고마웠다 말하고 다음날 아침이면 날 다시 외면하지. 넌 내 얼굴을 앞에 두고선 항상 내가 너에게 중요한 사람이라 말해놓고선 뒤돌아 서선 까마득히 잊어버리지. 1년 12개월 내 남빛 일기장이 너로 가득할 적에 너의 일기장속엔 날 생각하며 쓴 글이라곤 한 자도 없을 테지. 이런 내가 널 잊으려 하니 아까울까, 손에 잡힐듯 옆에서 서성대던 내가 너의 시야에서 벗어나니 속이 쓰릴까, 아니면 정말 난 네게 아무것도 아니었기에 아무렇지도 않을까.
너는 내 생일날 네가 아끼는 공책의 종이 한장을 찢어 편지 한장을 주었었지. 그 속엔 1년간 말 안하고 지낸 것으로 충분하다고 지금 내가 너에게 화난 게 있다면 말로 해 달라고 했었지, 3년간 알고 지낸 나에게 친하게 지내자고 적었었어. 난 너에게 화난 게 아니야, 난 이런 상황에 까지 와서도 네게 집착하는 내 자신이 싫을 뿐이야. 네 잘못이 하나 있다면 날 이렇게 만든 것 밖에 없어. 하지만 넌 이글을 볼 수 없을테지.
왜 난 아직 널 놓을 수 없을까.
침실에 들어와 비온뒤라 눅눅해질대로 눅눅해진, 침대에 누웠다. 아무도 없는 조용한 방안, 바닥이며 천정이며 습기로 가득 차 침대에서 마주한 화장대의 거울에도 김이 서려 있었다. 찝찝한 기분에 몸을 뒤척였다. 눈을 감고 누워있어도 쉽사리 잠은 오지 않았다. 그렇게 하염없이 시간이 흐르고, 계속해서 몸을 뒤척이고 있을 때, 고요한 방안 어딘가에서 큭큭거리는 웃음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크큭, 하-. 저 귀여운 후배는 언제부터 알게된거야?. 네 성격에 니가 말걸었을리는 없는데, 큭"
큭큭거리는 특유의 비웃음 섞인 목소리의 주인공은, 송 은준. 그놈이였다.
"...제길, 어디로 들어온거야-."
이런 내 조용한 읊조림에 그 녀석은 더 크게 소리내어 웃어 보이며, 내게 말을 건넸다.
"그게 그렇게 중요한가? 큭, 네놈이 문을 제대로 잠구지 않았다던가. 아님 내가 진작부터 나가지 않았던가?"
비아냥, 조롱이 섞인 말소리였다. 그 놈의 말에 잠시간, 아까의 행적을 되짚어 봤지만. 놈이 들어올 틈을 만들어둔 기억은 없었다. 게다가 그럴리는 없겠지만, 만약 놈이 진작부터 나가지 않고 있었더라면, 지금 거실 쇼파에서 잠자고 있는 저 녀석이 모를리 없을터. 수만가지 복잡한 생각들이 머릿속에 뒤엉켜 있었다.
".....여, 그렇게 생각만 하지말고. 내가 물어본 질문엔 대답안할껀가?."
고개를 돌려 그 놈을 마주했다. 검은색의 한쪽 눈을 덮은 머리가, 달 빛에 반사되 푸르게 빛나고 있었다. 앙상하게 마른 손으로 배를 감싸쥐고서는 나를향해 실실 웃어보이고 있었다. 잔뜩 인상을 구기고 입을 열었다. "이곳에 계속 있었다면, 잘 알텐데-. 아까 저놈이 문 두드리는거 못들었다. 이건가?"
나의 짜증섞인 대답이 거슬렸는지, 실실 웃고 있던 입을 앙다물곤. 침대로 다가와 내 옆에 기대어 앉는다. 그리곤 자신의 머리를 한번 헝클더니, 나에게 시선을 돌리고는 입을 연다.
"그 녀석 말이야, 네 놈에게 관심이 있는 것 같던데-.?"
내게 쏘아 붙이듯 말하고는, 자신의 입술을 질끈 깨물어 보인다. 그러면서도 내게서 시선을 돌리지 않을 체로. "................그래서 뭐?, 나도 관심받는건 비환영이야. 그리고, 네놈이 상관할 바가 아니잖아?"
내 말에 그놈이 질끈 깨물던 입모양을 고쳐, 한쪽 입꼬리만 빙글 올리더니 다시 큭큭거리기 시작한다. 그런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자, 더 큰소리로 큭큭거리다가. 이젠 아예 배까지 부여잡고는 죽어라 웃어댄다. 그렇게 한참을 웃어 제끼던 놈이, 얼마나 웃겼길레 눈에 고인 눈물을 한 손으로 슥-닦으며, "하하, 그래야지. 그래야지 이 승호지. 암암,크큭" 라고 말하곤, 또 다시 웃어대기 시작했다. 그리곤 내 얼굴을 마주하더니. 내 볼을 쓰다듬으며, 작게 읊조린다.
"난 니가, 다른사람한테 관심받는건 질색이야-. 내가 말했던가?, 넌 마치 나와 같아. 우린 관심의 선 밖에 서있는 사람들이야, 사교성도 없고, 음침한 성격. 그렇다고 남에게 다정하지도 않고, 제 생각밖에 안하는. 네 놈과 난 마치 한몸과도 같은 존재야-." 그놈의 말에 내가 어이없어하는 표정을 짓자, 그 놈은 다시 빙긋-웃어보이며. 입을연다. "지금은 네가, 이 현실을 부정하겠지만. 아마도 얼마지나지 않아서, 내가 필요해 질 날이 올껄?" 그놈의 마지막 말에 다시 인상을 구겼다. 역시, 마음에 들지 않는 놈이였다. 언제나. 그렇게 그놈의 주절거림이 끝나고, 방안엔 무거운 침묵이 멤돌았다. 실실 웃기만 하던 그 놈도 어지간히 어색했는지, 자리를 털고 일어나 나에게 '굿나잇-'이라고 말하고는 또 다시 어둠속으로 사라졌다. 그리곤 습기가득한 침대에 다시 몸을 기대어, 잠이 들었다.
형식 : 릴레이소설
작가 : 토토
개미지옥
[Doubtful]
내 예상을 깨고서 우리집 문을 두드리는 것은 같은 과의 후배 녀석이었다. 욕조에서 몸을 빼내기가 귀찮아 없는 척 무시해 버릴까 생각하고 있자니
"선배님 거기 안에 계신거 다 안단 말입니다 문여세요-!!"
하며 소리치는 녀석이 더 신경쓰여 노곤해진 몸을 물 속에서 꺼내어 흰 면티와 반바지를 대충 꿰어 입고는 문을 열어주었다.
"휴, 선배- 왜 빨리 문 안열어 주셨어요- 밖에 비와서 추웠단 말입니다!" 라고 소리치며 후배라는 녀석이 들어왔다. 블랙진 위에 핫핑크의 후드티를 입고 늘 함께 하는 크로스백을 맨 녀석은 "에이 다 젖어버렸네-" 등을 투덜거리며 약간 젖은 밝은 갈색의 머리를 털어내고 있었다.
"비 맞은 거냐."
뻔히 알고 있으면서도 갑자기 문을 두드려 침입한 이 낮가림 없는 강아지 같은 녀석에게 대뜸 왜왔냐고 묻는다면 그 반달처럼 생긴 눈을 그렁이며 "선배님은 제가 온 게 귀찮으신 건가요? 정말 그렇다면 전 정말 슬플거예요."등을 읇조리며 더 달라붙을 것만 같아 예의상 물어봐 주었더니 녀석은 굉장히 기쁜 듯 웃으며 "선배님, 절 걱정해 주시는 건가요? 와아 선배님이 나한테 먼저 말 걸어준 거 처음이야-" 하고는 "막 버스를 타고 가다가 선배님이 생각났는데 마침 선배님 동네 전 정거장이어서 선배님 동네에 내려 이 빗속을 뚫고 선배님 집에 도착했어요."라는 묻지도 않은 질문에 꼼꼼히 답을 하더니 집 안으로 발을 척척 들이밀었다."좀 들어가도 되죠?"라면서.
"으으 찜찜해. 선배님, 저 발만 씻고 나올게요, 욕실은 어디에요?"라며 서성이고 있는 그 녀석을 아직 더운 김도 채 빠지지 못한 욕실에 밀어넣은 뒤 조금 전 은준을 마주했었던 식탁의자에 앉아 저릿저릿한 미간을 꾹 꾹 누르며 곧 나올 녀석을 기다렸다.
잠시 후, 발만 씻겠다며 욕실에 들어간 녀석은 내침김에 샤워까지 했는지 촉촉하게 가라앉은 머리를 손으로 털며 나왔다.
"선배님 아직 저녁 안드셨죠? 제가 요리 좀 잘하는데 밥차려 드릴까요?"
라고 묻고서는 답도 듣지 않고 냉장고를 뒤적여 이것저것 꺼내더니 뚝딱 볶음밥을 만들어 냈다. 한참을 아무말 없이 밥을 먹고 있다가 갑자기 우물쭈물 하며 녀석이 말을 꺼냈다.
"저기..... 있잖아요 선배, 저... '형'이라고 불러도 되나요?"
예상치 못한 질문에 망연히 그 녀석을 바라보고 있으니 그녀석은 쑥쓰러운 듯 얼굴을 붉히며 덧데어 말했다.
"아, 저는 그냥 형, 아, 그러니깐 선배님이랑 친하게 지내고 싶어서요."
녀석은 이렇게 말하고서는 눈을 반짝이며 허락해 주세요 라는 듯한 표정을 하고선 나를 바라보았다. "난 네 이름도 모른다"라는 말을 하기에는 너무 밝은 표정에 난 당황스러워졌다. 그녀석은 그런 나를 망설이고 있는것으로 보았는지 눈빛을 더욱 강렬하게 만들며 말했다.
"그럼 제가 선배를 승호형-하고 부르고 형은 그냥 은총아-하고 부르면 되요, 아, 처음이라 어색하고 쑥쓰러우시겠구나, 난 괜찮은데, 음......그럼 형은 제 성까지 붙여서 임은총- 하고 부르세요 대신에, 나중에는 은총아, 라고 불러주셔야 해요- 형 이제 우리 친하게 지내요 네에?"
딱히 다르게 할 말을 찾지 못한 나는 고개를 끄덕여 줄 뿐이었다.
"야호- 형! 그럼 내가 형 동생이 된 기념으로 이 먼지 가득한 집을 청소해 줄게, 쇼파에 먼지가 쌓여있다니!! 형도 청소 좀 하고 살어."
은총은 그 말을 하고선 쇼파위의 먼지부터 닦아내는가 싶더니 피곤하다며 그 위에서 잠들었다.
임 은총. 은총은 이상한 녀석이었다. 과의 학생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는 나도 안다. 분명, 이상한 자식, 음침한 놈, 도대체 무슨생각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어. 쟤 뭔가 위험해 보인다, 가까이 가기도 겁나. 등이겠지.
남의 눈에 내가 어떻게 비추어지는지는 관심 없지만 나에 대해 그런 소리를 듣고 있었을 녀석이 갑자기 내게 관심을 비추며 다가오는 것이 의심스럽다. 솔직히 살갑게 구는 임은총이 어색하다. 딱히 임은총이라기 보단 나에게 친절한 '사람'이 어색하고 꺼려질 뿐이다. 임은총은 무슨 꿍꿍이로 내게 친하게 지내자며 손을 내민 걸까. 아니면, 자신이 착하다고 생각하는 흔한 사람들의 위선일까,
나는 쇼파위에서 잠든 은총에게 농안에 들어있던 두터운 담요를 덮어주고 침실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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